이너뷰티(Inner Beauty)/기미 잔혹사

변비 때문에 먹었는데 달라진 건 기미

윤이 나 2025. 4. 18. 11:41

● 문제는 기미가 아닌 변비

절대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자포자기했던 기미에 마침내 한 줄기의 빛이 비치기 시작한 것은 정말 뜻밖의 계기였습니다. 저는 10년 전 기미를 겪기 훨씬 전부터 심각한 만성 변비로 고생하던 환자였습니다. 평소에 먹는 양 자체가 워낙 적은 데다가, 몸을 거의 안 움직이니 활동량도 거의 없었고, 결정적으로 하루에 물을 한 잔도 제대로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변비로 고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변비에 좋다는 음식들을 먹어도 도무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늘 배가 불편한 채로 살았고, 일주일 동안 화장실을 못 가면 변비약을 먹어 해결을 했습니다. 변비약을 먹고 나면 장이 꼬이는 듯 배가 아팠고, 약을 먹는 일이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약을 먹지 않으면 그 이후는 더 힘들다 결국 약에 의존해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두려움을 참았고 저는 이 생활이 익숙해졌습니다. 

 

● 엄마의 끈질긴 권유

저의 건강을 너무 걱정하시던 엄마가 주스를 권하셨습니다. 이 주스는 그때 당시에 한창 유행하던 과채주스였고, 엄마는 이미 오랫동안 직접 만들어 드시고 계셨습니다. 이 주스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주스는 아니었지만 엄마는 점심 식사는 그대로 하시고 아침, 저녁 식사는 이 주스로 대체하시고는 살이 꽤 많이 빠지셨습니다. 식사량이 줄고 살이 빠졌어도 엄마는 화장실 가는데 문제없으셨다며 변비에도 좋을 것 같다고 한 번 먹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재료를 사다가 주스를 만들어 먹는 것도 귀찮았지만 평소에도 워낙 소식하는 편이라 걸쭉한 주스 한잔으로 배를 채운 다는 것이 아깝게 느껴져서 먹기 싫었습니다. 그런데도 엄마는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엄마가 만들어서 보내줄게. 너무 힘들어 보이니까 그냥 한 번만 먹어봐."라고 하셨지만 저는 또 튕겼습니다. "아니~~ 엄마 몸도 안 좋은데 내 것까지 만들면 너무 힘들잖아. 가지러 가기도 귀찮고 난 안 먹는다니까~"하고 여러 번 거절했습니다. 결국 친정에 갔을 때 엄마가 권하는 주스를 반컵 마셔보고는 어차피 엄마가 만들어주신다니 마지못해 먹어 보는 걸로 결정했습니다. 

숟가락으로 떠 먹는 과채 주스 질감 사진

● 기대했던 건 변비였는데

과채주스의 비주얼은 솔직히 그리 먹고 싶은 비주얼은 아니었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과채주스의 비주얼을 보고 "윽!" 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던데 저는 적게 먹기는 하지만 가리는 음식은 없어서 불편감은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마시는 주스의 형태가 아니라, 집에서 갈다 보니 건더기가 거칠게 살아 있어 숟가락으로 떠서 씹어 먹어야 하는 질감이었습니다. 한 숟가락 떠서 먹어보니 의외로 맛은 괜찮았습니다. 단 맛과 약간 신맛등 각자의 맛이 나면서도 또 어우러져 맛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어떤 때는 주스가 마시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제가 맛의 기준이 낮은 편이라 다행히 입맛에 맞았지만 엄마 주변에는 도저히 못 먹겠다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고 했습니다. 

엄마의 성의를 생각해서 딱 일주일만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하루에 두 번, 시키는 대로 먹었습니다. 3일째 지나고 엄마는 변비에 대한 효과를 기대하셨겠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먹는 내내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말로 설명할 수도 없고 비교해 볼 수도 없지만 이상하게 제 얼굴빛이 전보다는 살짝, 아주 살짝 밝아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변비가 좋아지는지만 살펴보고 있었는데, 정작 먼저 달라진 것은 얼굴빛이었습니다. 몇 년을 기미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도 변화를 느끼지 못했는데 '에이, 설마 고작 주스 3일 먹고 피부가 달라졌겠어?'라고 실망을 하고 싶지 않아 부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인지 궁금해서 주스를 먹으며 얼굴을 관찰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이후 거울을 보는 횟수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세수를 할 때도, 화장을 할 때도 괜히 얼굴빛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되었고, '오늘도 조금 밝아 보이나?' 하는 마음으로 같은 자리를 유심히 들여다봤습니다. 혹시라도 또 변화가 보일까 하는 작은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제 얼굴에 나타난 이 변화는 정말 착각이었을까요? 아니면 제가 모르고 지나쳤던 작은 변화의 시작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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