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받았던 기미 레이저 시술이 오히려 얼룩덜룩한 자국만 남겼습니다. 시술로도 제 피부를 되돌릴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결국 피부 속 환경을 근본적으로 다스려야 겉 피부도 살아난다는 걸, 그러려면 몸속을 다스리는 이너뷰티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엄마의 과채주스를 열심히 먹기 시작했습니다.
● 시판 과채주스로 눈길을 돌리다
몇 년간 매번 무거운 재료를 사서 주스를 만들어 주셔야 하는 엄마를 더 이상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시판 주스를 사 먹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엄마의 주스 레시피와 같은 시판 제품 두 가지를 찾아냈습니다. 우선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한 첫 번째 업체의 주스를 주문해서 먹어보았습니다. 분명 상세페이지에서 재료와 만드는 방법이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 구입했는데 엄마의 주스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색깔부터도 연했고 맛도 밍밍했으며 묽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묽은 느낌이야 산업용과 가정용 기계의 성능이 다르니 곱게 갈려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런지 목 넘김도 부드러웠습니다. 한 팩의 양도 적었고 먹는 동안 별 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어 가격이 조금 더 비싸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두 번째 업체의 제품도 주문해 보았습니다. 먼저 먹었던 제품보다는 걸쭉한 농도지만 목 넘김은 엄마의 주스보다 좋았습니다. 색깔도 먼저 먹었던 것보다 진하고 맛도 있었지만 원래 먹었던 엄마 것보다는 확실히 맛도 농도도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두 번째 제품도 먹는 동안 아무런 느낌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왜 같은 재료로 같은 과정을 거쳐 제품을 만드는데 엄마의 주스와 같은 효능을 느낄 수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엄마의 정성?' 때문이라기에는 설명이 되지 않고, 먹는 양의 문제인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먹는 양이 문제라면 시판 제품 한 팩으로는 부족하다는 건데 두 팩 이상 먹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러웠습니다.
● 엄마의 주스로 돌아오다
엄마도 제 얼굴에 변화도 없고 사 먹는 비용이 부담스러우니 엄마가 직접 만들어주겠다고 먼저 말씀해 주셔서 저는 못 이기는 척 엄마의 주스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시판 주스를 먹다 엄마의 주스로 돌아오니 역시 엄마 주스다 싶었습니다. 과학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제 마음으로는 걸쭉한 농도에서부터 뭔가 영양성분이 농축되어 있고, 제 피부에 진하게 영향을 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엄마에게 또다시 부탁을 하게 되어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에 "안 되겠다! 엄마, 우리가 사업해 보자" 하며 시판 주스와 엄마의 주스가 어떻게 다른지 얘기해 줬습니다. 그러자 엄마도 "그래, 해보자. 어떻게 하면 되는데?"라며 맞장구를 쳐주셨습니다. "나도 몰라. 에이~ 안 되겠다. 몰라서도 못하겠다."며, 잠깐의 설렘을 뒤로하고 묵묵히 엄마의 주스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 다시 21호 비비크림으로
그렇게 매번 올라오는 헛된 사업의 꿈을 또 한 번 접고 기미 변화에 집중을 했습니다. 그리고 과채주스를 처음 먹기 시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기미를 가리기 위해 습관처럼 23호 비비크림을 두껍게 바르려다가 문득 '21호 비비크림을 한번 발라봐?' 하는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21호를 먼저 발라보고, 부족하면 그 위에 23호 비비크림을 덧바르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21호를 발라봤습니다. 걱정과 다르게 피부색에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직 진해서 비비크림을 뚫고 나오는 기미는 23호가 아니라 21호로 덧발라주어도 충분히 커버가 됐습니다. 비비크림조차 바르지 않던 피부로는 돌아갈 수 없었지만 21호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정말 기뻤습니다. 그렇게 저는 출근을 했고, 회사 동료들이 오늘따라 화사해 보인다며 뭐 했냐고 물어봤습니다. 자세히 보면 기미 자국이 보이지만 이제야 제 피부와 맞는 화장품을 바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기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다시는 사용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21호 비비크림을 다시 바를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날은 오랜만에 벅찬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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