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대해 잘 아는 편은 아닙니다. 저에게 커피는 그저 살려고 마시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수혈한다", "카페인을 수혈한다"는 표현을 쓰는데, 저에게도 정확히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피곤하니까 마시고, 마시면 좀 버틸 만해지는 것이었습니다.

한 잔이 두 잔, 두 잔이 다섯 잔이 되기까지
커피를 안 마시다가 다시 마시기 시작하면 처음엔 한 잔만 마셔도 밤에 잠이 잘 안 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익숙해지고 나면 한 잔으로는 부족해집니다. 두 잔으로 늘려야 하고, 두 잔에 익숙해지면 또 세 잔으로 늘려야 견딜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루에 마시는 믹스커피가 한 잔에서 다섯 잔까지 늘어난 적이 있습니다. 카페인은 계속 마시면 몸이 적응해서, 같은 양으로는 이전만큼의 각성 효과를 느끼기 어려워지고 점점 더 많은 양을 찾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늘 마시던 양을 갑자기 줄이면 두통이나 피로감, 집중력 저하 같은 금단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가 커피를 안 마시다 마시면 오히려 잠이 잘 안 왔던 것도, 몸이 카페인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몸이 조금 예민한 편이라 믹스커피를 두 잔만 마셔도 속이 더부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섯 잔까지 늘어났다면 앞으로 또 얼마나 늘어날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두 번, 오전과 오후로 정해서 줄이기로 했습니다. 갑자기 하나도 안 마시면 오히려 두통이나 무기력감이 생길까 봐 걱정도 됐고, 완전히 끊기보다는 정해진 시간에만 마시는 쪽이 저에게는 더 지속 가능한 방법 같았습니다.
식사 대신 커피를 택했던 이유
저는 테이크아웃 커피도 정말 좋아합니다. 그런데 원래 먹는 양이 적은 편이라,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고 나면 끼니를 제대로 못 먹거나, 반대로 끼니를 챙기면 커피를 많이 마시지 못했습니다. 특히 좋아하는 카페라테는 우유가 들어가 있어서인지 마시고 나면 배부른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럴 때 저는 피곤하니까 카페인을 수혈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식사 대신 커피를 선택하곤 했습니다. 그래야 덜 피곤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로 카페인 때문에 덜 피곤했던 건지, 아니면 그냥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건지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문제는 식사만 거르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면 배가 부르니 물도 거의 마시지 않게 됐습니다.
같은 카페인인데 왜 다르게 느껴질까
평소 마시던 커피 대신 다른 종류의 커피를 마시면 유독 덜 피곤하고 몸이 쌩쌩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었습니다. 카페인이라고 다 같은 카페인이 아닌 걸까, 원두 종류나 추출 방식에 따라 카페인 함량이 다른 걸까 궁금했습니다. 실제로 같은 한 잔이라도 원두 종류, 로스팅 정도, 추출 방식(드립, 에스프레소, 믹스커피 등)에 따라 카페인 함량이 꽤 차이 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한 잔"이라도 몸에서 느끼는 각성 정도가 다르게 느껴졌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은 손이 떨리고 마치 저혈당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이런 증상이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저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 카페인 과다 섭취나 빈속에 마신 것, 혹은 다른 원인이 겹쳤을 수도 있어서,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병원에서 확인해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뇨작용과 수분 섭취
커피는 이뇨작용이 있어서 화장실을 더 자주 가게 되고, 그만큼 수분 섭취를 더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워낙 매일 마셔서인지 특별히 그런 걸 크게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적당한 커피 섭취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솔직히 저는 그런 걸 생각하며 마신 적은 없습니다. 그저 피곤함을 넘기기 위한 하루하루의 방편이었던 것에 더 가깝습니다. 돌아보면 커피 자체보다, 커피에 기대어 식사와 물을 계속 미뤄왔던 제 생활 방식이 더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커피를 줄이는 것만큼이나, 커피를 마시는 대신 놓치고 있던 것들(끼니, 물)을 함께 챙기려고 신경 쓰고 있습니다.
카페인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카페인을 어떤 방식으로 마시고 있었는지 돌아보니, 문제는 커피가 아니라 커피에 기대어 다른 걸 미뤄왔던 습관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하루 다섯 잔까지 늘어났던 그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그래도 하루 두 번으로 정해두고 마시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작은 변화입니다. 앞으로도 카페인을 완전히 끊기보다는,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끼니와 물도 함께 챙기는 균형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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