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시술을 받을 용기
과채주스를 마시며 기미 덩어리에 길이 나고 갈라지자, 예전엔 엄두도 못 냈던 피부과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전에는 화장을 지운 맨얼굴을 보여줄 용기조차 없었는데, 이 정도면 의사 선생님께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료를 받아보니 선생님은 기미가 꽤 심한 편이라며 레이저 시술과 함께 약 복용을 권하셨습니다. 과채주스로 몸속부터 다스려야 한다는 걸 체감했던 터라, 먹는 약도 비슷한 원리로 도움이 될까 기대하며 함께 복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 번 약물 부작용을 겪었던 저는 이번에도 결국 약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포기했고, 시술만 받기로 했습니다.

3년간의 결과
기미가 워낙 진했던 탓인지, 돈을 들여 시술을 받아도 특별히 좋아지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딱지가 앉았다 떨어지면 어? 하며 잠깐 연해진 듯 보이다가도, 다음 시술을 받으러 갈 때쯤이면 다시 원상 복귀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딱지가 떨어질 때마다 잠시나마 연해졌으니, 회차가 쌓이면 결국엔 좋아지겠지,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관리한다는데 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놓지 않고 꾸준히 다녔습니다.
직장을 다니며 매주 병원에 가는 일은 시간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얼굴에 마취크림을 바르고 기다렸다 시술받은 뒤 팩까지 하고 나면, 왕복 시간까지 합쳐 반나절이 훌쩍 지나가곤 했습니다. 시술 비용 자체도 비쌌지만 10회 비용을 한 번에 결제하는 것도 매번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3년 넘게 기미가 좋아질 거라는 기대 하나로 열심히 다녔습니다. 이렇게 시간과 돈을 투자했음에도 뚜렷한 효과가 보이지 않자 마음속에 깊은 회의감이 밀려왔고, 3년이면 정말 최선을 다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피부과 진료를 완전히 그만두기로 결정했습니다. 생돈만 날린 듯한 허탈감이 밀려왔고, 가장 속상했던 건 시술받은 흉터가 기미와는 또 다른 자국으로 남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시판 과채주스로 눈을 돌리다
3년간 투자한 시술이 오히려 자국만 남기자, 결국 피부 속 환경을 근본적으로 다스려야 겉 피부도 살아난다는 걸 다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엄마의 과채주스를 열심히 먹기 시작했는데, 몇 년째 매번 무거운 재료를 사서 만들어주셔야 하는 엄마를 더 이상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엄마의 레시피와 재료·제조법이 같다는 시판 제품 두 곳을 찾아냈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첫 번째 제품은 색깔부터 연했고 맛도 밍밍하고 묽었습니다. 산업용 기계로 곱게 갈려 그런가 보다 하며 마셨지만, 한 팩 양도 적고 먹는 동안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가격이 좀 더 비싸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두 번째 제품은 첫 번째보다 걸쭉하고 목 넘김도 좋았지만, 그래도 엄마 것보다는 맛도 농도도 확실히 부족했습니다. 같은 재료로 같은 과정을 거쳤다는데 왜 엄마의 주스만큼 효과를 느낄 수 없는지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
엄마의 주스로, 그리고 21호 비비크림으로
제 얼굴에 변화가 없고 사 먹는 비용도 부담스러워하던 저를 보고, 엄마가 먼저 다시 만들어주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에 "엄마, 우리 이걸로 사업해 보자" 하고 농담을 건넸다가, "그래 해보자, 어떻게 하면 되는데?" 하는 엄마 말에 "나도 몰라, 몰라서도 못 하겠다"며 함께 웃고는 다시 묵묵히 엄마의 주스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습관처럼 23호 비비크림을 두껍게 바르려다 문득 21호가 떠올랐습니다. '부족하면 위에 23호를 덧바르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발라봤는데, 걱정과 달리 피부색에 꽤 잘 맞았습니다. 비비크림 없이 다니던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었지만, 21호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기뻤습니다. 그날 출근했더니 동료들이 오늘따라 화사해 보인다며 물어왔고, 자세히 보면 기미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저에게 맞는 화장품을 다시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하루였습니다.
자연스러운 중단
기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얼굴은 눈에 띄게 밝아졌습니다. 다만 예전에 하루 두 번 마시며 겪었던 예민함이 떠올라, 이번에는 미리 하루 한 번으로 줄였다가 잠시 쉬어가자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과채주스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후 다시 기미가 진해지기 전까지, 저는 그 상태로 한동안 평온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피부관리와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마그네슘을 먹기 시작한 이유, 그리고 다시 고민하게 된 이유 (0) | 2026.08.27 |
|---|---|
| 몇 년 후 재발한 기미, 뷰티 디바이스라는 단서 (0) | 2026.08.26 |
| 변비 때문에 시작한 과채주스, 예상 밖의 변화 (0) | 2026.08.25 |
| 처방약 부작용 이후 시작된 기미, 그리고 시행착오 (0) | 2026.08.25 |
| 원래 체력이 약해서 그런 줄 알았던 몸의 변화들 (0) | 2026.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