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관리와 건강

변비 때문에 시작한 과채주스, 예상 밖의 변화

윤이 나 2026. 8. 25. 21:28

문제는 기미가 아니라 변비였다

기미를 겪기 훨씬 전부터 저는 심각한 만성 변비 환자였습니다. 먹는 양 자체가 적은 데다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물도 하루 한 잔 제대로 마시지 않았으니 변비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좋다는 음식을 먹어봐도 소용이 없었고, 일주일 넘게 화장실을 못 가면 결국 변비약에 의존했습니다. 약을 먹으면 장이 꼬이듯 배가 아팠지만, 먹지 않으면 더 힘들어진다는 걸 알기에 그 두려움조차 익숙해진 채로 살았습니다.

건강을 걱정하시던 엄마가 오랫동안 직접 만들어 드시던 과채주스를 권하셨습니다. 다이어트용은 아니었지만 엄마는 점심은 그대로 드시고 아침저녁을 이 주스로 대체하면서 살도 빠지고 화장실 가는 데도 문제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재료를 사서 만드는 것도 귀찮고, 걸쭉한 주스 한 잔으로 배를 채운다는 게 아까워 여러 번 거절했습니다. "엄마가 만들어서 보내줄게, 힘들어 보이니까 한 번만 먹어봐"라는 말에도 "엄마 몸도 안 좋은데 뭘 만들어" 하며 튕기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친정에 갔을 때 못 이기는 척 반 컵을 마셔본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과채주스

기대했던 건 변비였는데

집에서 갈아 만들다 보니 건더기가 거칠게 살아 있어 마신다기보다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하는 질감이었습니다. 비주얼만 보면 선뜻 손이 안 갈 만한 모습이었지만, 막상 한 숟가락 떠보니 단맛과 신맛이 어우러져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엄마의 성의를 생각해 딱 일주일만 먹어보기로 하고, 하루 두 번 시키는 대로 마셨습니다. 3일이 지나도 변비에는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얼굴빛이 아주 살짝, 정말 미세하게 밝아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몇 년을 별짓을 다 해도 안 되던 피부가 고작 주스 3일에 달라졌을 리 없다고 스스로 부정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날부터 거울을 보는 횟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세수할 때도, 화장할 때도 같은 자리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오늘도 좀 밝아 보이나" 확인하는 것이 하나의 습관이 되었습니다.

얼룩덜룩해지며 옅어지는 기미

며칠 더 지나자 변화가 좀 더 뚜렷해졌습니다. 신기하게도 전체적으로 밝아지는 느낌과 동시에 피부가 오히려 더 얼룩덜룩해 보였습니다. 제 기미는 얼굴 전체를 넓게 덮은 연한 색, 그 위에 진하고 큰 덩어리, 그리고 점처럼 작고 진한 기미까지 여러 겹이 쌓인 상태였는데, 넓게 깔린 연한 기미가 옅어지면서 전체적으로는 밝아 보이고, 동시에 진한 덩어리 안쪽에 그보다 밝은 길이 미세하게 생기며 사방으로 갈라지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기미가 더 심해지는 줄 알고 조마조마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것이 옅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단계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문득 엄마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어 "엄마는 요즘 기미 어때? 나 주스 먹으니까 좀 옅어지는 것 같아"라고 물었더니, 엄마도 "그러고 보니 작년부터 기미에 신경을 안 쓴 것 같다"라고 하셨습니다. 원래 양쪽 광대뼈 주변에 넓고 짙은 기미가 있어 여름마다 화장으로 가리시던 엄마였는데, 며칠 뒤 직접 뵈니 정말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잡티는 그대로 남아 오히려 더 도드라져 보였습니다. 엄마는 그 주스를 2~3년 넘게 꾸준히 드셔 온 터였고, 언제부터 좋아졌는지는 본인도 정확히 기억 못 할 만큼 서서히 나타난 변화였다는 사실이 제게는 오히려 희망이 되었습니다. 이후로도 얼룩덜룩해졌다가 다시 옅어지는 패턴이 여러 번 반복되었고, 저는 그때마다 "이번에도 한 단계 나아졌다"라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꾸준함과 그 대가

효과를 느낀 뒤로는 밥을 못 먹는 한이 있어도 과채주스만큼은 하루 두 번, 한 컵 가득 채워 마셨습니다. 안색은 분명 좋아지고 있었지만, 예상 못 한 문제가 따라왔습니다. 주스로 배를 채우느라 탄수화물과 단백질 섭취가 부실해지자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졌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화가 치밀었고, 심지어는 주스 때문에 다른 음식을 제대로 못 먹는 상황 자체에도 이유 없이 화가 났습니다. 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계속되자, 이대로는 일상을 지속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결국 하루 한 번으로 줄이고, 어느 정도 기미가 좋아진 김에 피부과의 도움도 함께 받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렇게 시작하게 된 레이저 치료 3년의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이어서 읽으면 좋은 글》

 

▶ 처방약 부작용 이후 시작된 기미, 그리고 시행착오

 

▶ 피부과 레이저 3년, 그리고 다시 돌아간 과채주스

 

▶ 몇 년 후 재발한 기미, 뷰티 디바이스라는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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