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감을 때마다 손가락 사이로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져나옵니다. 배수구에 모인 머리카락을 보면 '이렇게 빠져도 괜찮은 걸까' 싶고, 머리를 말리고 나서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보면 또 걱정이 됩니다. 제 머리카락은 원래 가늘어서 숱도 적어 보이는 편입니다. 그런데 빠지는 양까지 많으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은 걱정만 하고 따로 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가 제 머리를 감기다가 깜짝 놀라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막연하게 궁금했던 것들을 이번에 하나씩 찾아봤습니다.
피부과에서 슬쩍 물어봤던 "저 탈모인가요?"
나이도 먹었고 머리카락은 계속 많이 빠지니 마음 한쪽에 늘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다른 일로 피부과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께 혹시 탈모가 아니냐고 슬쩍 여쭤봤습니다. 선생님은 제 두피를 살펴보시더니 숱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탈모는 아니고, 약을 먹을 단계도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아, 아직은 괜찮은가 보다' 하고 안심했고, 그 뒤로 따로 신경 써서 관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습니다. 콜라겐을 다시 먹어 볼까, 흰머리에 좋다는 검은콩을 먹으면 탈모에도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은 종종 했습니다. 콜라겐은 예전에 먹었을 때도 딱히 효과가 있었다고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뭐라도 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이번에 찾아보면서 가장 먼저 확인한 건 하루에 머리카락이 몇 개 정도 빠지는 게 정상인지였습니다. 머리카락은 자라는 시기, 성장을 멈추는 시기, 쉬다가 빠지는 시기를 반복합니다. 전체 머리카락의 10~15% 정도는 늘 빠질 준비를 하는 상태라서, 하루에 50~100개 정도 빠지는 건 정상 범위로 봅니다. 특히 머리를 감는 날에는 그동안 빠질 준비가 된 머리카락이 한꺼번에 빠져서 더 많아 보일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머리카락이 길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같은 개수가 빠져도 짧은 머리보다 긴 머리가 훨씬 많아 보입니다. 그리고 빠진 머리카락이 전부 뿌리째 빠진 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뿌리째 빠진 머리카락은 끝에 하얗고 작은 뿌리가 붙어 있고, 중간에 끊어진 머리카락은 그런 뿌리가 없습니다. 저처럼 머리카락이 가늘고 염색을 하는 사람은 머리카락이 끊어지기도 쉽습니다. 예전에 일부러 확인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뿌리가 눈에 잘 보이지 않았었는데 지금도 그런지는 다시 확인을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가 놀란 이유
얼마 전 염색을 하러 미용실에 갔습니다. 헤어디자이너가 제 머리를 감기다가 깜짝 놀라며 이야기했습니다. 보통은 처음 샴푸할 때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도 그다음부터는 덜 빠지는데, 저는 계속 많이 빠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렇다고 하면서, 안 그래도 걱정이 돼서 피부과에서 물어봤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헤어디자이너가 제 두피를 살펴보더니 "아, 그러네. 진짜 두피가 휑하지는 않네" 하고 말했습니다.
헤어디자이너도 예전에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서 여러 가지 탈모 샴푸를 써 봤다고 했습니다. 먹는 약도 며칠 먹어 봤지만 속에서 받지 않아 그만뒀고, 그러다 지금 쓰는 샴푸를 알게 되면서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샴푸의 작은 용량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일단 써 보고 좋으면 큰 제품을 사서 쓰라고, 우리 나이 때는 이제 관리를 해 줘야 한다고 하는데 웃음이 났습니다.
그날 생각해 보니 피부과 선생님과 헤어디자이너는 같은 곳을 보고 판단했습니다. 바로 두피였습니다. 찾아보니 탈모인지 아닌지는 빠지는 개수보다 두피가 비쳐 보이는지, 머리카락이 점점 가늘어지는지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여성 탈모는 남성처럼 이마 선이 올라가기보다는 정수리 쪽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가르마가 점점 넓어지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자기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큰 병을 앓았거나 수술, 출산, 심한 다이어트, 큰 스트레스를 겪고 나서 2~3개월쯤 뒤에 머리카락이 한꺼번에 빠지는 휴지기 탈모입니다. 이런 경우는 원인이 사라지면 대부분 다시 회복됩니다. 또 철분이 부족하거나 갑상선에 이상이 있을 때도 머리카락이 많이 빠질 수 있어서, 병원에서는 필요하면 피검사로 확인하기도 합니다. 빠지는 양이 갑자기 눈에 띄게 늘었다면 그전에 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탈모 샴푸 일주일째, 아직은 지켜보는 중
헤어디자이너에게 받은 샴푸를 쓴 지 이제 일주일이 됐습니다. 아직은 좋아졌다거나 별로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그래서 샴푸를 쓰면서 탈모 샴푸가 어떤 제품인지 찾아봤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탈모 샴푸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탈모 증상의 완화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화장품'으로 분류됩니다. 약이 아니라 화장품이기 때문에 탈모를 치료하거나 머리카락을 나게 한다고 광고할 수 없습니다. 샴푸는 두피에 잠깐 머물렀다가 물로 씻겨 나가기 때문에, 두피를 깨끗하게 해 주고 머리카락이 덜 빠지도록 돕는 정도로 기대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탈모 샴푸에 대해 막연하게 가졌던 기대가 조금 정리됐습니다.
효과를 판단하려면 시간도 필요했습니다. 머리카락은 한 달에 1cm 정도 자라고, 빠지고 다시 나는 주기도 몇 달 단위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샴푸든 다른 관리든 적어도 3개월 이상은 꾸준히 써 봐야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일주일 만에 판단하기는 어려우니, 작은 용량을 다 쓰고 나서 느낌이 괜찮으면 헤어디자이너 말처럼 큰 제품으로 바꿔 계속 써 보려고 합니다.
샴푸 하는 방법도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샴푸는 머리카락보다 두피에 거품을 내서 손톱이 아니라 손끝으로 마사지하듯 감고, 거품이 남지 않게 충분히 헹구는 게 좋습니다. 머리를 말릴 때도 머리카락 끝보다 두피부터 말리는 게 좋고, 젖은 채로 자면 두피가 축축한 상태로 오래 있게 됩니다. 머리카락이 길어서 말리는 게 귀찮을 때가 많은데, 이 부분은 조금 더 신경 쓰기 때문에 저도 두피부터 말리는 편입니다.

10년 된 어성초 발효액과 검은콩, 그리고 앞으로
이번 글을 쓰다가 잊고 있던 게 하나 생각났습니다. 예전에 어성초 발효액이 한참 유행했을 때, 저도 소주에 어성초를 담가 발효액을 만들고 스프레이 통에 담아 두피에 뿌렸던 적이 있습니다. 매번 뿌리는 게 귀찮아서 하다가 말았는데, 그때 만든 발효액이 아마 아직도 집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벌써 10년쯤 된 것 같습니다.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쓰지도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찾아보니 어성초는 민간요법으로 오래 알려져 있지만, 사람의 탈모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집에서 만든 발효액은 보존제가 없고 만들 때의 위생 상태도 알 수 없습니다. 10년이나 된 것을 두피에 뿌리면 오히려 자극이나 염증이 생길 수 있고, 소주의 알코올 성분도 두피를 건조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깝지만 이번에 찾아서 버리려고 합니다.
검은콩도 비슷했습니다. 흰머리와 탈모에 좋다는 말을 오래 들어왔지만, 검은콩을 먹어서 머리카락이 덜 빠진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머리카락은 대부분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서, 특정 음식 하나보다는 단백질과 철분 같은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게 골고루 먹는 게 기본이었습니다. 예전에 [콜라겐을 먹고도 별다른 효과를 못 느꼈던 것]도 이런 이유였을지 모르겠습니다.
탈모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안심했지만, 이번에 찾아보면서 이제는 관리를 시작해도 되는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빠진 머리카락 하나하나에 불안해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몇 달에 한 번씩 가르마 사진을 찍어 두고 비교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가르마가 눈에 띄게 넓어지거나 빠지는 양이 갑자기 늘어나면 그때는 미루지 않고 다시 피부과에 가 보려고 합니다. 샴푸를 몇 달 써 본 뒤의 변화도 다시 기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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