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관리와 건강

근육통인 줄 알았던 남편, 접종하고도 두 번째였던 엄마, 며칠 사이 가족 둘이 겪은 대상포진

윤이 나 2026. 10. 13. 16:52

얼마 전 며칠 사이에 저희 가족 두 사람이 대상포진을 앓았습니다. 먼저 엄마가 몇 년 만에 두 번째 대상포진에 걸리셨고, 며칠 뒤에는 남편이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습니다. 대상포진은 나이 드신 분들이 걸리는 병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두 사람을 한꺼번에 곁에서 보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병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겪은 과정은 많이 달랐습니다. 남편은 처음에 근육통인 줄 알았고, 엄마는 수포가 올라오지 않아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셨습니다. 엄마가 접종했는데도 또 걸렸다고 하셨을 때 제 입에서 나온 말은 "접종했는데도 걸려?"였습니다. 그때부터 궁금했던 것들을 이번에 하나씩 찾아봤습니다.

무거운 걸 드는 일이라 근육통인 줄 알았던 어깨 통증

어느 날 남편이 어깨와 팔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무거운 것을 드는 일을 해서, 어깨나 팔이 아프다는 말은 자주 듣던 말이었습니다. 저도 남편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며칠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웬만큼 아파서는 병원에 가지 않는 남편이 스스로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그 정도면 꽤 아팠다는 뜻입니다. 병원에서는 근육이 많이 뭉쳤다며 주사를 놓아 주고 약을 지어 줬습니다. 그날은 좀 덜 아픈 것 같다고 했는데, 거기서 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에는 뼈를 쑤시는 것 같은 통증이 심해졌고, 아픈 자리에 수포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피부과에 갔더니 대상포진이니 입원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중에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 대상포진을 찾아보다가, 남편 이야기가 그대로 적혀 있었습니다. 대상포진은 수포가 생기기 며칠 전부터 통증이나 따끔거림, 화끈거림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이때는 피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근육통이나 담으로 착각하기 쉽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남편이 근육통으로 주사를 맞았던 그때가 이미 대상포진의 시작이었던 겁니다. 평소에도 몸이 자주 아픈 일을 하는 사람이니, 남편도 저도 의심조차 하지 못했던 게 당연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원인도 이번에 처음 제대로 알았습니다. 대상포진은 어릴 때 앓은 수두 바이러스 때문에 생깁니다. 수두가 나은 뒤에도 바이러스는 신경 속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깨어나 그 신경을 따라 통증과 수포를 만듭니다. 몸 한쪽에만, 신경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 띠 모양으로 생기는 이유도 그래서였습니다. 남편은 그 무렵 특별히 더 무리한 일은 없었습니다. 늘 힘든 일을 해 왔으니, 피로가 조금씩 쌓여 있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대상포진으로 입원한 남편의 팔 수포를 거즈와 테이프로 덮어 둔 모습

일주일 입원, 붕대로 덮어 둔 수포와 사라지지 않는 통증

남편은 입원할 수 있는 병원으로 옮겨 신경과에 일주일 동안 입원했습니다. 피부에 생긴 병인데 왜 피부과가 아니라 신경과일까 처음엔 의아했는데, 대상포진이 신경을 따라 생기는 병이라는 걸 알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병원에서는 수포가 터지면 옮을 수도 있기때문에, 수포를 만지지 못하게 거즈를 대고 테이프로 붙여 덮어 두었습니다. 저는 대상포진이 그대로 옮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조금 달랐습니다. 대상포진이 다른 사람에게 대상포진으로 옮지는 않습니다. 수포 속 진물에 바이러스가 있어서, 수두를 앓은 적이 없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이 닿으면 수두에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포를 덮어 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옮을까 봐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남편은 수포가 생길 무렵 출장을 가 있었고 곧바로 입원을 해서 걱정을 덜 수 있었습니다.

 

수포가 낫기 시작할 무렵에는 남편이 엄청 가려워했습니다. 아플 때는 아파서, 나을 때는 가려워서 힘든 병이었습니다. 긁으면 덧나거나 흉이 남을 수 있어서, 가려워도 참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입원 중에 의사 선생님이 어깨와 팔 쪽에는 대상포진이 잘 안 온다고 하셨답니다. 남편에게 그 말을 전해 듣고, 선생님이 경험으로 하신 말씀인지 궁금했습니다. 찾아보니 대상포진은 가슴과 등에 가장 많이 생기고, 그다음이 얼굴, 특히 눈 주변이었습니다. 목에서 어깨, 팔로 이어지는 부위는 그보다 드문 편이었습니다. 선생님 말씀이 맞았고, 남편이 대상포진을 떠올리지 못한 데에는 아픈 자리가 흔하지 않은 곳이었던 것도 한몫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가장 마음이 쓰이는 건 통증입니다. 퇴원하고 수포가 가라앉았는데도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수포가 나은 뒤에도 통증이 몇 달씩 이어지는 것을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고 부릅니다. 바이러스가 신경을 건드리고 지나간 자리에 남는 통증이라, 처음 통증이 심했을수록 생기기 쉽다는 내용을 읽고 나니 더 걱정이 됐습니다. 남편의 통증이 이대로 가라앉을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수포가 올라오지 않아 진단받기 어려웠던 엄마의 두 번째 대상포진

엄마는 남편보다 며칠 앞서 대상포진에 걸리셨습니다. 몇 년 전에 이미 한 번 앓으셨고, 그 뒤로 예방접종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또 걸리신 겁니다.

 

엄마는 젊었을 때부터 고생을 많이 하셨고 아픈 곳도 많으십니다. 그래도 20년 가까이 꾸준히 운동을 해 오셔서 체력은 저보다 좋으십니다. 그런 엄마가 다시 대상포진에 걸리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운동으로 다진 체력도 오랜 세월 쌓인 고생을 다 이기지는 못하는구나 싶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엄마는 한 번 앓아 보셨기 때문에 통증이 오자마자 대상포진이라는 걸 아셨습니다. 처음 걸렸을 때와 같은 부위였고, 아픈 느낌도 그때와 같았다고 하셨습니다. 문제는 수포였습니다. 수포가 올라오지 않으니 병원을 여러 군데 다니셔도 "증상을 들어 보면 대상포진 같은데 확신은 못 하겠다"는 말만 들으셨습니다. 통증은 엄청난데 진단은 안 나오니 엄마가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싶습니다. 그러다 수포가 완전히 올라온 건 아니지만 생길 듯 말 듯한 기미가 보여서 피부과에 가셨고, 그제야 대상포진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셨습니다.

 

엄마 일을 겪고 나서 수포가 없는 대상포진도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대부분은 통증 뒤에 수포가 나타나지만, 수포가 아주 조금만 생기거나 거의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게 없으니 병원에서도 확신하기 어려웠던 겁니다. 그런데 대상포진 치료에 쓰는 항바이러스제는 수포가 생기고 72시간 안에 시작하는 게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엄마처럼 수포가 늦게, 희미하게 올라오면 그 시기를 놓치기 쉽겠다는 생각에 아찔했습니다. 혹시 대상포진을 앓았던 적이 있다면, 비슷한 통증이 왔을 때 "예전에 대상포진 걸렸을 때와 같은 자리, 같은 느낌"이라고 의사에게 구체적으로 말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엄마도 치료는 끝났지만 통증은 아직 오래가고 있습니다. 남편도 엄마도 수포는 사라졌는데 통증이 남아 있는 걸 보면서, 대상포진은 피부에 보이는 것보다 신경에 남기는 흔적이 더 큰 병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접종했는데도 걸려?" 백신과 재발에 대해 찾아본 것

엄마가 접종했는데도 또 걸렸다고 하셨을 때, 저는 저도 모르게 "접종했는데도 걸려?"라고 되물었습니다. 병원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했답니다.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한 번 앓고 나도 몸에서 사라지지 않고 신경 속에 계속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다시 걸릴 수 있는 겁니다. 예방접종도 대상포진을 100% 막아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국내에서 맞을 수 있는 대상포진 백신은 한 번 맞는 생백신과 두 번 나눠 맞는 재조합 백신, 이렇게 두 종류가 있고, 종류에 따라 예방 효과와 효과가 유지되는 기간이 다릅니다. 엄마가 어떤 백신을 맞으셨는지는 모르지만, "그럴 수 있다"는 병원의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접종이 소용없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예방접종은 걸릴 가능성을 낮추는 것뿐 아니라, 걸리더라도 증상을 가볍게 하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생길 위험을 줄이는 목적도 있습니다. 남편도 병원에서 1년 뒤에 예방접종을 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대상포진을 앓고 나면 몸에 어느 정도 면역이 생기기 때문에, 회복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 맞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직 접종할 생각이 없습니다. 접종을 해도 걸린다는 걸 엄마를 통해 직접 봤으니까요. 그래도 이번 일로 달라진 건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어깨나 등이 이유 없이 아파도 근육통이겠거니 하고 넘겼을 겁니다. 이제는 한쪽만 쑤시거나 따끔거리는 통증이 며칠씩 이어지면 대상포진부터 떠올릴 것 같습니다. 남편도 근육통으로 치료받으며 며칠을 보냈으니, 평소와 다른 통증이라면 피부에 아무것도 없어도 의사에게 그렇게 말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며칠 사이 가족 둘이 같은 병을 앓는 걸 보면서, "면역력이 떨어지면 온다"는 말이 그동안 얼마나 막연하게 들렸는지 알게 됐습니다. 몸을 많이 쓰는 남편도, 꾸준히 운동해 온 엄마도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의 통증이 하루빨리 가라앉기를 바라며, 이번 일을 잊지 않으려고 기록해 둡니다.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윤이 나는 이너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