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여름이 길었습니다. 9월이 한참 지났는데도 한낮에는 여전히 덥고, 옷차림도 여름 그대로였습니다. 달력으로는 가을인데 날씨만 보면 아직 여름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제 얼굴은 날씨보다 먼저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아침 세안을 하고 늘 쓰던 스킨과 크림을 발랐는데, "아, 건조해진다" 하는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비슷한 신호가 옵니다. 얼굴이 먼저 땅기고, 입술이 쪼그라들고, 다리가 건조해집니다. 저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 시기가 되면 코가 막히기 시작합니다. 올해는 이 신호들이 왜 그런지 궁금했던 것들을 찾아봤습니다.
같은 화장품인데 얼굴과 다리가 먼저 알아챈 계절
저는 지금 무자극 스킨 하나, 크림 하나만 씁니다. 여러 제품을 거쳐 [바르는 화장품에서 먹는 쪽으로 관리가 바뀐 이야기]에 적었듯 이 두 가지만 남았습니다. 여름 내내 이 조합으로 불편함 없이 지냈는데, 9월 중순이 지나면서 같은 제품을 발라도 느낌이 달라졌습니다. 겉은 크림이 발려 있어서 번들거리는데, 속에서는 피부가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겉과 속이 따로 노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품이 바뀐 게 아니니, 달라진 건 제 피부 쪽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추운 겨울에 피부가 건조해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이렇게 더운데 왜 벌써 건조해지는 걸까 싶었습니다. 찾아보니 피부가 건조해지는 데는 기온보다 공기 중 습도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초가을에는 한낮 기온이 여름처럼 높아도 습도는 한여름보다 조금씩 낮아지고, 아침저녁 일교차도 커집니다. 여름에는 땀과 피지가 피부 표면을 덮어 수분이 덜 날아가게 도와주는데, 날씨가 바뀌면서 이게 줄어들면 같은 화장품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에어컨도 한몫합니다. 에어컨은 공기를 식히면서 습기도 함께 빼내기 때문에, 덥다고 오래 켜 두면 실내가 생각보다 건조해진다고 합니다. 올해처럼 9월까지 더운 해에는 에어컨을 켜는 기간이 길어지니, 바깥 습도가 떨어지는 시기와 에어컨 바람이 겹치는 셈입니다.
제가 느낀 "속에서 쪼그라드는 느낌"은 흔히 '속건조'라고 부르는 상태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겉에는 유분이 있어도 피부 바깥층의 수분이 부족한 상태를 말하는 표현입니다. [피부 장벽과 예민한 피부] 편에서 피부 속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정도를 경피수분손실량이라고 정리했는데, 공기가 건조해지면 이 수분이 더 빨리 빠져나간다고 하니 얇고 예민한 제 피부가 먼저 반응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얼굴만 그런 게 아닙니다. 다리도 건조해지기 시작해서, 여름에는 바르지 않던 바디로션을 다시 챙겨 바르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땀 때문에 끈적이는 게 싫어서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바르지 않으면 다리가 당깁니다. 다리, 특히 정강이 쪽은 피지선이 적어서 몸에서도 먼저 건조해지는 부위라고 합니다. 바디로션은 샤워 후 물기가 다 마르기 전에 바르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세안 직후 보습과 같은 원리입니다. 날이 선선해질수록 뜨거운 물로 오래 샤워하고 싶어지는데, 뜨거운 물은 피부의 기름막을 더 많이 씻어 내서 건조함을 키울 수 있다고 하니 이것도 조금 신경 써야겠습니다.

립밤, 립마스크, 바셀린까지 발라도 그때뿐이었던 입술
얼굴 중에서도 확실하게 달라지는 곳은 입술과 그 주변입니다. 얼굴이 "건조해지는구나" 정도라면, 입술은 눈에 띄게 쪼그라드는 느낌이 듭니다. 입술 건조는 올해만의 일이 아니라서 작년까지 여러 가지를 써 봤습니다. 립글로스, 립밤, 자기 전에 바르는 립마스크, 큐어크림, 바셀린까지 입술에 발라 봤습니다. 바를 때는 반짝이고 부드러운데, 그 순간뿐이었습니다. 조금 지나면 다시 쪼그라드는 느낌이 돌아왔고, 촉촉해졌다는 느낌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왜 입술만 이렇게 유난할까 싶어 찾아보니, 입술은 얼굴의 다른 피부와 구조가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기름을 만드는 피지선이 거의 없고, 바깥을 덮는 각질층도 얇아서 스스로 보호막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기가 조금만 건조해져도 가장 먼저 티가 난다고 합니다. 입 주변 피부도 얇은 데다 말하고 먹을 때마다 계속 움직이는 부위라서 당김이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입술이 마를 때 무심코 침을 바르는 습관은 오히려 좋지 않다고 합니다. 침이 마르면서 입술에 남아 있던 수분까지 함께 날아가 더 건조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입술 제품도 성분에 따라 하는 일이 다르다고 합니다. 바셀린 같은 제품은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덮어 주는 덮개 역할을 하지만, 수분을 채워 주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미 바싹 마른 입술에 바르면 마른 상태 그대로 덮이는 셈이 되고, 세안 직후나 물을 마신 뒤처럼 입술이 조금 촉촉할 때 바르는 게 낫다는 조언이 많았습니다. 립글로스는 보습보다 광택을 내는 데 초점을 둔 제품이 많아서, 촉촉함이 오래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뜨끔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입술이 건조하다 싶으면 그냥 발랐습니다. 입술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언제 바르는 게 좋은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품만 이것저것 바꿔 가며 "이것도 안 되네" 하고 넘겼는데, 어쩌면 바르는 때가 문제였던 제품도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올해는 알란토인과 비타민E가 들어 있는 립크림을 샀는데, 이 제품은 촉촉함이 오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발라 두고 한참 지나도 입술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예전보다 덜했습니다. 알란토인은 피부를 진정시키고 거칠어진 각질을 부드럽게 정돈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성분으로 화장품에 흔히 쓰인다고 합니다. 비타민E는 성분표에 토코페롤이라는 이름으로 적히는데, 항산화 성분이면서 피부 표면을 부드럽게 감싸 보습을 돕는 역할도 한다고 합니다. 다만 제가 느낀 차이가 이 두 성분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립크림은 오일과 왁스의 조합, 제형처럼 다른 요소도 많이 다르고, 입술도 피부라서 같은 제품이 누구에게나 맞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래도 몇 년 동안 여러 제품을 거쳐 처음으로 "이건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은 제품이라 기록해 둡니다. 올해는 건조할 때만 바르지 않고, 세안 뒤에 먼저 발라 두는 것도 함께 해 보려고 합니다.
이맘때면 코가 막히는 아이들, 창문을 열고 자는 이유
환절기 신호는 저에게만 오는 게 아닙니다. 이쯤 되면 우리 아이들은 코가 막히기 시작합니다. 비염입니다. 그러다 눈이 가렵다고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증상이 보이면 바로 병원에 데려갔는데, 이제는 커서 웬만해서는 병원에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저는 갔으면 좋겠는데, 본인들이 괜찮다고 하니 억지로 데려가기도 어렵습니다.
그 대신 아이들이 찾은 방법은 창문을 열어 놓고 자는 것입니다. 창문을 열고 자면 코막힘이 좀 덜한 것 같다고 합니다. 선선한 밤공기가 들어오는 방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자는 모습을 보면, 저는 오히려 감기라도 걸릴까 봐 걱정이 됩니다. 저도 가습기를 틀어 봤는데, 코막힘에 별다른 차이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가습기는 습도를 무조건 높인다고 좋은 게 아니었습니다. 실내 습도는 대략 40~60%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고, 너무 높으면 오히려 알레르기 비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집먼지진드기와 곰팡이가 늘어나기 쉽다고 합니다. 창문을 열어 두면 코가 덜 막히는 것은 환기가 되면서 방 안의 먼지나 알레르기 물질이 줄어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찬 공기나 급격한 온도 변화가 오히려 코 점막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가을은 잡초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라서 창문으로 꽃가루가 들어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편한 방법이 저에게는 여전히 조금 불안한 이유입니다.
비염은 봄에 심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가을도 알레르기 비염이 많은 시기라고 합니다. 봄에는 주로 나무 꽃가루가 날린다면, 늦여름부터 10월까지는 돼지풀, 쑥, 환삼덩굴 같은 잡초류 꽃가루가 날린다고 합니다. 코와 눈이 함께 가려운 것도 알레르기 비염에 알레르기 결막염이 같이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버티다 버티다 심해지면 결국 병원에 갑니다. 확실히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으면 코막힘이 덜해집니다. 막힌 코로 답답해하던 아이가 숨을 편하게 쉬는 걸 보면, 보는 저까지 속이 시원해집니다. 그럴 때마다 "처음부터 병원에 갔으면 덜 고생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염은 원인이 사람마다 다르고, 증상이 오래가거나 잠을 방해할 정도라면 이비인후과에서 원인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올해는 아이들이 심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도록, 조금 일찍 병원에 가자고 말해 보려고 합니다.
날씨보다 몸이 먼저 아는 계절
올해처럼 여름이 길면 날씨만 보고는 계절이 바뀌었다는 걸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몸은 먼저 알고 있었습니다. 얼굴이 속에서 당기고, 입술이 쪼그라들고, 다리가 건조해지고, 아이들 코가 막히기 시작하는 것. 저희 집에서는 이게 가을이 왔다는 신호입니다.
이렇게 적어 두고 나니, 내년에는 기온이 아니라 이 신호를 기준으로 미리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입술이 쪼그라들기 시작하면 립크림을 챙기고, 다리가 당기면 바디로션을 꺼내고, 아이들 코가 막히기 시작하면 심해지기 전에 병원에 가 보자고 말하는 식으로요. 여러분도 해마다 이맘때 몸에 먼저 오는 신호가 있다면, 한 번쯤 적어 두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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