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어느 아침, 저는 처음으로 어지러워서 회사에 가지 못했습니다. 저는 웬만큼 아파서는 결근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날은 출근 준비를 끝내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병원에 가지 못해 진단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날 제 어지럼이 무엇이었는지는 지금도 정확히 모릅니다. 그날 인터넷을 찾아보다 이석증을 처음 알게 됐고, 저는 지금도 그때 그게 이석증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번에 그날 일을 떠올리며 이석증과 어지럼에 대해 다시 찾아봤습니다.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한 아침, 결국 출근을 포기했습니다
그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려고 일어났는데 뭔지 모르게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그래도 준비는 해야 하니 씻으러 욕실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자꾸 기운이 빠지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었습니다. 꾹 참고 준비를 하는데 점점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 번에 준비를 끝낼 수가 없어서 누웠다가, 조금 준비했다가, 다시 눕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회사까지 갈 일이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회사는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워서 차를 직접 운전해 20분을 가야 합니다. 이렇게 준비도 한 번에 못 하는데, 운전하다가 어지러우면 어떡하지,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결근하기로 했습니다. 어지럼이 있는 동안에는 균형을 잡기 어려워 일어서지 못하거나 쓰러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날 운전대를 잡지 않은 건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근을 하고 나서는 아예 누워 있었습니다.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아서 앉아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오른쪽으로 누우면 괜찮은데, 왼쪽으로 누우면 누워 있는데도 어지러웠습니다. 바로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도저히 병원까지 갈 수가 없어서, 괜찮아지면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날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오후 늦게까지 누워만 있었습니다.
누워서 찾아본 이석증, 비슷한 점과 다른 점
누워 있으면서도 지금 왜 이런지 너무 궁금해서 휴대폰으로 찾아봤습니다. 그때 이석증이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이석증 증상이 제 증상과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이석증의 원래 이름은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입니다. 귀 깊은 곳에는 우리 몸이 어떤 자세인지 알려 주는 반고리관이 있는데, 그 주변에 있어야 할 이석이라는 작은 칼슘 덩어리가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 안을 흘러 다니면서 생기는 어지럼이라고 합니다. 떨어져 나온 이석이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신경을 지나치게 자극해서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듭니다. 어지럼의 가장 흔한 원인이고,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돌아누울 때 잘 생기며, 속이 메스껍고 심하면 토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일어나자마자 시작된 것, 빙빙 도는 느낌, 토할 것 같던 기분, 그리고 어느 쪽으로 눕는지에 따라 달랐던 것까지 제 경험과 많이 겹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찾아보니 다른 점도 있었습니다. 이석증의 어지럼은 증상이 심해도 보통 1분 이내에 멈춘다고 합니다. 고개를 움직이면 다시 시작되고, 가만히 있으면 가라앉는 일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어지럼이 멈춘 뒤에도 머리가 무겁거나 메스꺼운 느낌이 한동안 남을 수는 있다고 하지만, 저는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어지러웠습니다. 계속 어지러웠던 건지, 짧은 어지럼이 계속 반복되고 메스꺼움이 이어졌던 건지 그때는 구분할 생각도 못 했습니다. 이 차이를 보니, 제 어지럼이 이석증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지럼의 원인은 생각보다 다양했습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어지럼은 크게 귀 속 전정기관의 문제와 뇌의 문제로 나뉩니다. 귀 쪽 원인에는 이석증 말고도 전정신경염과 메니에르병, 중이염이 있습니다. 전정신경염은 자세와 상관없이 심한 어지럼이 이어져 24시간 넘게 계속되는 경우가 많고, 메니에르병은 귀울림이나 한쪽 청력 저하와 함께 20분에서 길게는 24시간까지 어지럼이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뇌졸중이나 뇌종양처럼 뇌의 문제로 생기는 어지럼도 있습니다. 증상만 보고 혼자 원인을 정하기 어려운 이유였습니다.
앞이 깜깜해지는 어지럼과는 달랐던 빙빙 도는 어지럼
사실 저는 앉았다 일어날 때 어지러운 기립성 어지럼을 가끔 느낍니다. 그럴 때는 잠깐 앞이 깜깜해졌다가 돌아옵니다. 그런데 그날의 어지럼은 전혀 달랐습니다. 앞이 깜깜해지는 게 아니라 세상이 빙빙 도는 느낌이었습니다. 같은 어지럼이라도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찾아보니 이 차이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기립성 저혈압은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설 때 혈압이 잠깐 떨어지면서 뇌로 가는 피가 부족해져 생기는 어지럼입니다. 반면 자신이나 주변이 도는 것처럼 느껴지는 어지럼은 현훈이라고 따로 부르고, 주로 귀 속 전정기관이나 뇌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도 어지럼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생겼고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묻는 것부터 진단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빙빙 도는지, 앞이 깜깜해지는지만 정확히 말해도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오후 늦게 어지럼은 말끔하게 사라졌습니다. 너무 말끔하게 괜찮아져서 결국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 뒤에 한 번 더 비슷한 느낌이 왔었는데 처음보다는 약했고, 두 번째라 당황하지 않고 그냥 누워 버렸습니다. 증상이 약해서인지 처음보다 금방 괜찮아졌습니다. 이석증은 잘 재발하는 편이라 1년에 20~50% 정도가 다시 겪는다고 합니다. 이 내용을 보니 제 두 번째 어지럼도 그냥 넘길 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몰랐던 병원에 가야 하는 신호
이번에 찾아보면서 가장 마음에 걸린 내용이 있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어지럼이 매우 심하고 십 수 분 이상 계속될 때, 몸을 가눌 수 없거나 말이 어눌하거나 물체가 둘로 보일 때,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는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이 함께 오는 경우도 뇌혈관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그날 앉아 있지도 못할 만큼 어지러웠고, 그 상태가 몇 시간이나 이어졌습니다. 그때는 그냥 괜찮아지길 기다리기만 했는데, 지금 보니 병원에 가 봤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석증이 맞다면 치료도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고개의 위치를 차례로 바꿔 가며 떨어져 나온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이석 치환술로 치료하는데, 보통 한두 번이면 좋아지고 바로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다만 어느 쪽 반고리관에 이석이 들어갔는지에 따라 방법이 달라서, 혼자 따라 하기보다는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받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이석증은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지만, 진단을 받으면 원인을 확인하고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병원에 가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석증은 여자가 남자보다 3배 정도 많고, 특히 중년 이후 여성에게 잘 생긴다고 합니다. 이석이 뼈처럼 칼슘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나이가 들며 뼈가 약해지듯 이석도 약해질 수 있고, 비타민 D가 부족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그날의 어지럼이 무엇이었는지는 이제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시 그런 어지럼이 온다면, 이번에는 괜찮아지길 기다리지 않고 병원에 가서 원인을 확인하려고 합니다.
참고한 자료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어지럼
-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이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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