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머리를 넘기다 보면 가르마 사이로 하얀 뿌리가 먼저 보입니다. 염색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흰머리가 올라와 있습니다. 저는 40대 초반부터 흰머리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4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는데, 염색을 하지 않으면 거울 속 제 모습이 할머니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엄마, 아빠도 40대쯤 흰머리가 일찍 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흰머리가 나기도 전부터 걱정을 했고, 미리 검은콩을 챙겨 먹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결국 부모님과 비슷한 나이에 흰머리가 났습니다. 흰머리는 정말 유전일까, 검은콩은 정말 소용이 없었던 걸까. 지난번 머리카락이 빠지는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흰머리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찾아봤습니다.
엄마, 아빠를 닮은 걸까, 40대 초반부터 시작된 흰머리
제 흰머리는 40대 초반부터 한두 가닥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몇 가닥뿐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해가 갈수록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부모님도 40대쯤 흰머리가 났다고 하셨으니 시기만 보면 거의 그대로 닮았습니다. 부모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그러려나' 했던 걱정이 그대로 현실이 된 것 같았습니다.
머리카락 색은 모낭 안에 있는 멜라닌세포가 만드는 색소로 정해진다고 합니다. 머리카락이 자라는 동안 멜라닌 색소가 충분히 들어가면 검은색이나 갈색이 되고, 멜라닌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색소가 줄면 회색이나 흰색으로 자랍니다. 이미 자란 머리카락이 어느 날 갑자기 하얗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모낭에서 새로 자라 나올 때부터 색이 빠진 채로 나온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흰머리는 늘 뿌리부터 하얗게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흰머리가 나는 시기는 사람마다 차이가 크고, 그중 유전의 영향이 상당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부모나 가까운 가족이 이른 나이에 흰머리가 났다면 자신도 비슷한 시기에 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2016년에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이 라틴 아메리카 주민 6천여 명의 DNA를 분석해, 멜라닌을 만들고 저장하는 데 관여하는 IRF4라는 유전자가 나이가 들며 머리가 세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유전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심한 스트레스가 모낭의 색소 세포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머리가 하얗게 된다고 단순하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도 제 경우에는 부모님과 시기가 이렇게 비슷한 걸 보면 유전의 몫이 꽤 컸겠구나 싶었습니다. 이른 나이에 흰머리가 났다는 것만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을 읽으니 조금 마음이 놓이기도 했습니다.

밝은 염색으로 가리던 흰머리, 이제는 어두운 새치염색으로
흰머리가 조금 났을 때는 밝은 색으로 염색을 했습니다. 머리 전체가 밝으면 사이사이 흰머리가 섞여도 티가 잘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밝은 머리색이 점점 제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흰머리가 많아지니 밝게 염색을 해도 흰머리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일반 염색으로는 흰머리에 색이 잘 들지 않아서, 결국 새치염색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치염색이 가능한 색 중에서는 밝은 편을 고르고 있지만, 그래도 예전에 하던 색보다는 훨씬 어둡습니다. 머리색이 어두워지니 문제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흰머리가 조금만 올라와도 어두운 머리 사이에서 뿌리 쪽 흰머리가 너무 잘 보입니다. 밝은 염색을 할 때보다 흰머리가 더 빨리, 더 크게 표시가 나는 것 같습니다.
왜 일반 염색은 흰머리에 잘 안 되는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흔히 멋내기 염색이라고 부르는 일반 염색은 원래 있는 검은 색소를 빼서 밝게 만들고 그 위에 색을 살짝 입히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색소가 있는 검은 머리에는 색이 잘 나오지만, 이미 색소가 없는 흰머리에는 색이 충분히 입혀지지 않아 연하게 뜨거나 흰머리가 비쳐 보입니다. 반면 새치염색은 색을 입히는 염료가 더 많이 들어 있어 흰머리를 덮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래서 고를 수 있는 색이 주로 어두운 쪽에 몰려 있다고 합니다. 밝은 색을 원해도 새치염색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저는 염색을 미용실에서 합니다. 그런데 미용실에 가는 게 귀찮고 번거로워서, 뿌리가 하얗게 올라와도 참고 또 참다가 3~4개월에 한 번씩 가게 됩니다. 뿌리가 하얗게 올라오는 이유도 앞에서 찾아본 내용과 이어집니다. 흰머리는 모낭에서 자라 나올 때부터 하얀 상태이니, 염색을 해도 새로 자라는 부분은 다시 하얗게 나옵니다. 머리카락은 한 달에 1센티미터 남짓 자란다고 하니, 3~4개월을 참는 동안 뿌리 쪽으로 3~4센티미터 가까이 하얀 머리가 올라오는 셈입니다. 머리색이 어두우니 그 경계가 유난히 또렷하게 보였던 것도 이제는 이해가 됩니다.
흰머리가 나기 전에 먹었던 검은콩, 효과를 알 수 없었던 이유
부모님이 흰머리가 일찍 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저는 흰머리가 나기 전부터 미리 대비를 해 보고 싶었습니다. 검은콩이 흰머리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검은콩을 삶아서 갈아먹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흰머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흰머리가 없으니 좋아지는 것도 알 수 없었고,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으니 하다가 결국 그만두게 됐습니다. 삶고 가는 과정도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습니다.
그럼 검은콩은 실제로 흰머리에 도움이 될까요? 검은콩은 단백질을 비롯한 여러 영양소가 들어 있어 균형 잡힌 식단의 일부로 먹기에는 좋은 식품입니다. 하지만 검은콩을 먹는다고 흰머리가 나는 것을 직접 막거나, 이미 난 흰머리를 다시 검게 되돌린다는 의학적 근거는 확립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은콩 두유를 꾸준히 마시고 흰머리가 덜 난다고 느꼈다는 유명인의 경험담도 있지만, 개인의 경험을 검은콩의 효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검은콩 이야기는 ▶ 머리 감을 때마다 한 움큼, 탈모는 아니라는데 계속 빠지는 내 머리카락에서도 잠깐 했었습니다. 머리카락이 빠질 때도, 흰머리가 날 때도 검은콩부터 떠올렸던 걸 보면, 저에게 검은콩은 머리카락 걱정이 생길 때마다 찾게 되는 음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양 상태가 흰머리와 전혀 관계없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비타민 B12가 부족한 것과 이른 흰머리의 연관성이 보고되었고, 갑상선 기능 이상 같은 일부 질환도 이른 백발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흰머리가 짧은 기간에 갑자기 빠르게 늘거나, 탈모나 피부색 변화 같은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병원에서 원인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저처럼 부모님과 비슷한 나이에 서서히 늘어난 경우와는 구분해서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뽑지 않고, 염색은 조금 더 조심해서
흰머리가 몇 가닥일 때는 뽑고 싶은 마음이 들기 쉽습니다. 하지만 소량의 흰머리는 억지로 뽑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반복해서 뽑으면 모낭이 자극을 받고, 같은 자리를 계속 뽑으면 모낭이 손상되어 그 자리에 머리카락이 제대로 자라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신경이 쓰인다면 뽑기보다는 가위로 뿌리 가까이 잘라 내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머리카락이 원래 가늘고 숱이 적어 보이는 저에게는 더 마음에 걸리는 이야기였습니다.
지금 제 흰머리는 몇 가닥 잘라 낼 수 있는 정도가 아니어서, 현실적으로는 염색을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흰머리를 확실하게 예방하거나 다시 검게 되돌리는 표준적인 방법은 아직 없다고 하니, 흰머리가 고민이라면 잘라 내거나 염색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대신 염색을 오래 할수록 두피를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염색약의 일부 성분은 사람에 따라 접촉성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염색약을 쓰기 48시간 전에 피부 테스트를 해서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지 확인하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지금까지 염색 전에 피부 테스트를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미용실에서 염색을 하다 보니 테스트는 제가 따로 챙겨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예전에 괜찮았던 염색약이라도 계속 쓰다 보면 반응이 생길 수 있다고 하니, 화장품이 안 맞아 두드러기가 올라온 적이 있는 저로서는 그냥 넘길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흰머리가 일찍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저는 흰머리를 막고 싶었습니다. 검은콩도 먹어 보고, 밝은 염색으로 가려 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찾아보니 흰머리는 막는 일이라기보다 어떻게 함께 지낼지를 생각하는 일에 더 가까웠습니다. 앞으로는 흰머리가 갑자기 늘지는 않는지 살피고, 염색할 때는 두피 상태를 조금 더 챙겨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