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작은아이가 다니는 센터에서 공지가 왔습니다. 단체 생활을 하니 독감 예방접종을 꼭 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공지를 받은 주에 회사에서도 독감 환자가 생겼습니다. 아직 낮에는 더운 날도 있는데 벌써 독감이라니, 올해는 정말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예방접종을 잘 맞지 않는 편입니다. 우리 가족도 사람마다 접종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도 공지를 받고 동료가 독감에 걸리는 걸 보니 이번에는 한번 제대로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독감 예방접종을 어떻게 해 왔는지, 그리고 이번에 찾아보며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코맹맹이 소리에서 시작된 회사 동료의 독감
며칠 전 회사 동료의 목소리가 코맹맹이 소리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기침도 조금씩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환절기 감기인가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기침이 눈에 띄게 심해졌고, 병원에 다녀온 동료는 독감 진단을 받았습니다. 동료는 그 뒤에도 마스크를 쓴 채로 출근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감기와 독감은 시작이 비슷해 보여도 진행되는 속도가 꽤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찾아보니 독감은 감기와 원인 자체가 다른 병이었습니다. 감기는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가 일으키고 콧물이나 목 아픔처럼 비교적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고, 갑자기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면서 온몸이 쑤시고 기침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동료처럼 하루 사이에 증상이 확 심해지는 것도 독감에서 흔히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독감은 증상이 시작되고 48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먹어야 효과가 좋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열이 나고 몸살 기운이 심하면 미루지 말고 병원에 가는 게 중요합니다. 기침할 때 나오는 침방울로 옮기 때문에, 증상이 있을 때 마스크를 쓰고 기침할 때 옷소매로 입을 가리는 것만으로도 주변 사람을 지킬 수 있습니다.
겨울 병인 줄 알았던 독감, 올해는 9월부터
예전에는 독감이 겨울에나 걸리는 병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어릴 때 보니 가을부터 독감에 걸리는 아이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무렵에는 9월쯤부터 서둘러 접종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백신을 맞아도 몸에 항체가 생기기까지는 2주 정도가 걸리니, 유행이 오기 전에 미리 맞아 두는 게 중요했습니다.
올해는 그 '가을 독감'이 더 빨리 찾아왔습니다. 질병관리청이 9월 11일에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는데, 예년보다 이른 시기였습니다. 9월 첫째 주에 독감 의심 증상으로 동네 병원을 찾은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25.3명으로, 작년 같은 시기 6.6명보다 네 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특히 7~12세 아이들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1~6세와 13~18세 순이었습니다. 단체 생활을 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센터에서 접종을 꼭 하라고 공지를 보낸 이유도 그제야 이해가 됐습니다.
올해부터는 어린이 무료 접종 나이도 바뀌었습니다. 작년까지는 13세까지였는데, 올해부터는 14세, 중학교 2학년까지 무료로 맞을 수 있습니다. 2012년 1월 1일부터 2026년 8월 31일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대상입니다. 생후 6개월부터 9세 미만 아이 중 처음 맞거나 예전에 한 번만 맞은 아이는 두 번을 맞아야 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한 번만 맞으면 됩니다. 원래 한 번 맞는 아이들은 일주일 늦게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유행이 빨라지면서 두 번 맞는 아이들과 똑같이 9월 21일부터 맞을 수 있게 앞당겨졌습니다. 접종 기간은 내년 4월 30일까지입니다.
접종은 주소지와 상관없이 가까운 지정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할 수 있습니다. 지정 병원은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에서 찾아볼 수 있고, 보건소는 가기 전에 접종이 되는지 미리 확인해 보는 게 좋습니다. 질병관리청 안내문에는 접종하러 갈 때 지켜야 할 것도 적혀 있었습니다. 아이 컨디션이 좋은 날 맞히고, 접종 뒤에는 바로 집에 가지 말고 병원에서 20~30분 정도 머무르며 이상 반응이 없는지 지켜본 뒤에 돌아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저도 접종을 하고 나면 병원에서 기다렸다가 돌아왔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그렇게 하라고 하셨고, 육아책에도 똑같이 나와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도 그날은 혹시 열이 나거나 평소와 다른 모습이 없는지 아이를 더 신경 써서 살폈습니다.
맞아도 걸리던 우리 집 독감 이야기
아이들이 어릴 때는 해마다 독감 예방접종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접종을 해도 아이들은 늘 독감에 걸렸습니다. 그러다 어느 해에는 접종을 하지 않고 넘어간 적이 있었는데, 하필 그해에는 독감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도 비슷했습니다. 접종을 해도 걸릴 수 있고, 맞으면 좀 더 가볍게 지나간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접종을 하고 독감에 걸렸을 때도 엄청 아팠습니다. 그래서 그냥 안 맞게 됐습니다. 큰아이도 이제 커서 맞지 않고 있고, 남편은 출장을 다니다 보니 출장 가는 회사에서 접종을 요청하면 그때 맞을 생각입니다.
이번에 찾아보면서 제 경험을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독감 백신은 그해 유행할 바이러스를 미리 예측해서 만듭니다. 그래서 예측이 잘 맞는 해에는 효과가 좋고, 빗나가는 해에는 효과가 떨어집니다. 독감 바이러스도 한 종류가 아니어서, 백신을 맞았어도 다른 종류에 걸릴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접종하고도 걸렸던 해와, 접종을 안 했는데 안 걸렸던 해는 그해 어떤 바이러스가 얼마나 유행했는지에 따라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접종하고도 많이 아팠던 것도 비교할 방법이 없습니다. 맞지 않았다면 더 아팠을지, 비슷했을지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가족의 몇 해 경험만으로 백신이 효과가 있다, 없다를 말하기는 어렵다는 걸 이번에 인정하게 됐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어린이, 임신부, 어르신에게 독감 예방접종이 입원과 사망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올해 유행 중인 바이러스도 이번 절기 백신과 비슷한 종류로 확인됐습니다.
필요할 때는 맞는다, 우리 가족의 기준
그래서 우리 가족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정하고 있습니다. 작은아이는 단체 생활을 하고, 센터에서도 필수라고 공지를 했으니 이번에는 맞히려고 합니다. 올해처럼 아이들 사이에서 독감이 가장 빠르게 퍼지는 해라면 더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은 출장 가는 곳에서 요청하면 맞고, 저와 큰아이는 아직은 맞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가족이 맞지 않으니 다른 사람도 맞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나 어르신처럼 몸이 약한 사람들은 맞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독감에 걸리면 크게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찾아보니 65세 이상 어르신, 임신부,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처럼 독감에 걸리면 폐렴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쉬운 사람들에게는 접종이 특히 권고됩니다.
우리 엄마도 해마다 독감 예방접종을 맞으십니다. 올해 대상포진에 걸리셨을 무렵에는 감기 몸살도 심하게 앓으셨습니다. 그게 대상포진 때문이었는지, 독감이었는지, 그냥 감기였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올해도 빠짐없이 접종을 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집안에서도 나이와 건강 상태, 생활하는 환경에 따라 접종이 더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걸 엄마와 작은아이를 보며 생각하게 됩니다.
접종을 하든 하지 않든 기본은 같았습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손을 씻고, 기침할 때는 옷소매로 가리고, 갑자기 열이 나면서 몸살 기운이 심하면 미루지 않고 병원에 가는 것입니다. 회사 동료가 하루 만에 기침이 심해지는 걸 보니, 올해는 그 기본을 우리 가족부터 조금 더 신경 써서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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